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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1 10:53:19 조회 : 1665         
목사님 때문에 큰 효(孝)를 했습니다 이름 : 김승학   

보고 싶은 성도들에게 보내는 아홉번째 글입니다. 시간이 지났지만 사정상 올리지 못한 글을 이제야  올립니다.     

목사님 때문에 큰 효(孝)를 했습니다


   LA에서의 유학 시절 같은 교회를 함께 섬겼던 집사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7년 만의 만남이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집사님 부인은 간호사로 병원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약속시간을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저녁 시간 우리 부부와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러 저런 이야기로 담소(談笑)했습니다. 그리고 밤 9시 경 집사님과 헤어졌습니다. 자동차로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댁에 도착했는지, 또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헤어진 후 1시간 쯤 되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댁(宅)에 도착하지 않고 자동차에서 핸드폰을 받았습니다. 집사님은 나온 김에 코리아 타운(Korea Town)에 계시는 96세가 되신 어머니를 뵙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자주 뵙지 못하는데 나온 김에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뵙고 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인되는 집사님은 일 때문에 시어머니를 뵙기 어려웠을 것으로 전 이해했습니다. 어머니는 양로 호텔(?)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미국에서는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어느 정도 활동할 수 있는 노인들은 양로 아파트에서 삽니다. 혼자 몸을 가눌 수 없고 간호사와 의료장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은 의사와 의료장비가 갖춰진 양로병원으로 간답니다. 하지만 기력(氣力)이 남아 있고 양로병원에 머물기를 싫어하는 노인들은 양로 호텔로 간다고 합니다. 물론 이곳에는 도우미들만 있지 의사나 간호사는 없습니다. 몸 상태가 나빠진 노인들은 양로병원으로 후송됩니다. 집사님의 어머니는 양로 호텔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사님의 어머니가 아침 9시경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전 위로하기 위해 집사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집사님은 오히려 제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을 어제 만나지 않았으면 어머니를 뵙지 못했을 텐데 목사님 때문에 큰 효(孝)를 했습니다. 목사님의 은혜를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클 텐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제게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7월에 결혼하는 둘째 딸과 예비 사위와 선약(先約)이 있었지만 다음 날로  연기하고 저를 만나기 위해 제가 머물고 있는 코리아 타운으로 약속장소를 정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딸을 만났더라면 집사님 부부는 코리아 타운으로 올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연로하신 어머니는 늦은 밤 당신을 찾아온 아들 내외를 보시고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집사님 부부는 몸이 작은 어머니를 일으켜 앉아 계시도록 했는데 어머니가 좋아하셨다는 것입니다. 집사님 부부는 30여 분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서 어머니와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지 12시간도 못되어 집사님 부부는 어머니의 별세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아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보시고 돌아가시기 위해 참고 계셨나 보다고 집사님께 말했습니다. 아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서는 세상을 떠날 수 없었는지 아마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오기를 여러 날 기다리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 아들을 만난 후 어머니는 하나님 나라로 평안히 가셨다고 전 생각합니다.    


   입관예식(入官禮式)을 앞두고 전 집사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집사님은 또 다시 제게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목사님 때문에 큰 효(孝)를 했습니다.” 그리고 집사님의 부인도 제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제가 받을 인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씀입니다. 집사님의 두 딸, 손녀를 보면 그렇게 기뻐하셨던 어른입니다. 그리고 둘째 손녀도 할머니를 보면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0여 년 전 주일 마다 교회에서 만나는 손녀는 할머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고, 할머니는 손녀를 보시고는 몹시 좋아하셨습니다. 입관예식에 앞서 먼저 장례식장에 와있던 가족들. 특히 7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둘째 손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관 속에 누워계신 어머니. 영정 사진과 함께 관 속에 한복(韓服)을 곱게 입고 누워계신 권사님은 제가 교회를 섬길 때 댁으로 몇 번이나 심방했던 분입니다. 3년 여 동안 교회에서도 거의 매주 뵈었던 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뵌 지 8년이 지났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으신 채로 권사님은 관 속에 말없이 조용히 누워계셨습니다.  

         

   함께 생활했던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신 분은 외할머니입니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할머니는 곡기(穀氣)를 끊으셨습니다. 임종(臨終)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는 직감(直感)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임종 시간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당신이 출생하신 지 94년이 되는 바로 그 날 이 세상을 떠나 하나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주일 오후였습니다. 주일 오전 예배를 마치고 식구들이 모두 모였을 때 할머니는 숨을 거두셨습니다. 숨을 거두시기 직전 할머니는 입을 움직이며 무슨 말씀을 하셨지만 너무 기력이 없어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족 중에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을 제대로 알아들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 하나님 나라에 가면 그 때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무엇이냐고 꼭 물어볼 것입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아버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주일 오후부터 아버지의 호흡을 가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도 호흡이 힘드신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다시 회복하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다음 날 아침 9시 경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군(軍)에 있던 막내 동생은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지만 모든 식구들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사실 부모의 임종을 보지 못하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쉬지 않고 간호(看護)했지만 정작으로 숨이 멎는 순간 그 자리에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누구도 죽음의 시간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임종을 지키고 보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사님 부부는 비록 임종의 순간에 어머니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세상을 떠나시기 전 날 밤 어머니를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어머니를 안고 수발을 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어머니를 뵙지 못했더라면 외아들인 집사님의 마음은 더 허전(虛傳)했을지 모릅니다. 집사님의 부인이자 며느리인 여집사님도 만일 그 날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못했더라면 아무리 이민생활이 바쁘고 고되다 하더라도 그 동안 시어머니를 자주 뵙지 못한 것이 마음에 상처로 남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아무리 잘 섬겼어도 후회스러운 것이 많지만 하나님께서는 집사님 내외가 어머니께 도리(道理)를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셨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들 내외(內外)가 어머니가 별세하시기 전날 밤 만남의 기회를 주셔서 어머니에 대한 후회와 상처를 가급적 적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어머니 역시 마지막으로 아들 내외를 만나고 기쁜 마음으로 천국에 가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머니도, 아들도, 며느리도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을 만드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오묘하신 섭리(攝理)에 전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사님으로부터 “목사님 때문에 큰 효(孝)를 했습니다”란 말을 들을 자격(資格)이 전 없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딸과의 약속을 취소한 것도, 그 날 밤 어머니가 계시는 가까운 곳에서 저와 만난 것도, 또한 헤어진 후 연로(年老)하신 어머니를 방문한 것도 모두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음을 철저하게 깨닫습니다. 우리가 높이 세움을 받는 것도 하나님의 장중(掌中)에 달려 있고, 우리가 한 없이 낮아지는 것 역시 하나님의 뜻임을 분명히 인식하며 어떤 경우에나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하나님의 크고 위대하심을 찬양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2011년 5월 21일

김승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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