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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5 15:15:02 조회 : 1611         
출발할 때부터 임(臨)한 은혜 이름 : 김승학   
 

보고 싶은 성도들에게 LA에서 보내는 첫 번째 글입니다.


출발할 때부터 임(臨)한 은혜


  성도 여러분의 기도로 지난 6일 안동을 출발해 인천을 거쳐 LA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들의 기도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사실 안동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제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교회도 아이들도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7년 만에 교회의 허락으로 주어진 안식년이라는 장기간의 휴가(?)가 제 마음을 가볍고 즐겁게 해야 하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책임지시고 선(善)하게 인도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왠지 제 마음 한 구석에는 염려 아닌 염려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교역자들과 직원, 그리고 온 성도들이 맡겨진 일을 잘 감당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제 마음 깊은 곳에는 염려가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교회 일은 걱정하지 말라고. 모든 것을 잊고 휴식하고 재충전하고 돌아오라는 장로님들과 교우들의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주님을 신뢰하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겼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못한 저를 발견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믿음을 발견한 전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주권(主權)적으로 행하시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사역의 객체(客體)인 제가 마치 주체(主體)가 되는 양 착각하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정말 주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사역에 임했던 제 자세를 돌아볼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했고,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 지를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되었기에 하나님께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주님의 은혜는 안동에서 출발할 때부터 임(臨)했습니다. 전 미국에서 사용할 핸드폰을 LA 공항이나 코리아 타운(Korea Town)에서 빌릴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발하기 하루 전 한국에서 핸드폰을 빌려 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 이 방법이 미국에서 핸드폰을 빌리는 것보다 절차가 훨씬 간단하고 값도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위치한 회사의 연락처를 알아 전화를 수없이 했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그 날이 공휴일인 어린이 날이어서 통화를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출발하는 당일 다시 전화를 걸었고, 비로소 직원과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전 요청했습니다. 공항으로 휴대폰을 보내줄 수 없냐고. 공항에서 직접 휴대폰을 수령할 수는 없냐고. 하지만 그 직원은 보통 출국하기 며칠 전 미리 전화를 신청하고 택배로 휴대폰을 수령하는데 제가 급하다고 하니까 직접 와서 계약한 후에 전화를 수령하던 지 아니면 서울에 있는 누군가가 전화를 수령해 공항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안동을 떠나 인천으로 향하던 제가 그곳을 들려 공항으로 가는 것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서울에 올라와있던 전경상 장로님께 부탁을 했는데 다행히 장로님이 휴대폰을 수령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계셨습니다. 결국 탑승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휴대폰을 공항에서 수령할 수 있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핸드폰은 정말 유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정말 필요할 때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착하고 나서 이상하게도 숙소의 전화가 불통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점심 식사할 때만 해도 통화가 되었지만 우리 부부만 남았을 때 전화는 더 이상 쓸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전화국에서 전화를 끊은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습니다. 최고의 부국(富國)인 미국의 전화 서비스는 매우 늦습니다. 무척 오래 걸립니다. 결국에는 연결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 시간이 언제가 될 런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얼마나 답답한 일입니까? 하지만 한국에서 가지고 온 휴대폰으로 전 답답함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긴급하게 연락을 취해야할 몇 곳에 전화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출발할 때부터 임한 하나님의 은혜는 LA에 도착하고서도 여전했던 것 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에게 부어주시는 주님의 은혜는 그치지 않고 계속됨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압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역시 어떤 경우에도 중단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가 과거형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깨닫지 못하고 어제의 은혜에만 매달려 있는 과거형 은혜 소유자들이 우리 주변에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은혜의 소낙비를 퍼붓고 계십니다. 미국에서 6년 넘게 생활한 적이 있기에 저와 아내는 큰 준비 없이 안동을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역시 마음 한 곳에 무거움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불안(?) 아닌 불안이 제게 찾아왔습니다. 슬며시 마음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원인을 알 수없는 불안이었습니다. 전 주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 월터 J. 챈트리(Walter J. Chantry) 목사가 쓴 ‘잃어버린 복음’을 읽었습니다. 비교적 짧은 글이었기에 몇 시간 만에 독파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내가 믿고 있는 복음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음을 전제로 글을 시작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사역을 점검하고 묵상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LA 공항에 착륙했을 때 알 수 없는 염려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우리 교회를 섬기기 위해 귀국했다가 6년 여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민국 심사대를 바로 통과하지 못하고 재검사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간 후 세밀하게 조사를 받은 후 공항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걸린 시간은 약 20여분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심사대 앞에서 아내와 전 사진과 지문을 찍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싶었더니 제 아내는 통과시켜주면서 제게는 세밀한 검사를 요구했습니다. 한 번 경험이 있었기에 처음보다는 여유가 있었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불안이 찾아온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왜 또 나를 검사하는 걸까? 아내는 짐을 찾은 후 제게로 왔습니다. 제 순서가 되지 않아 전 그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짐을 제게 맡기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얼마 시간이 지났을 까 제 순서가 되었습니다. 전 담당직원 앞에 앉았습니다. 얼마나 체류할 것인지, 체류하는 기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일상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여권에 스탬프(Stamp)를 찍어 제게 주었습니다. 전 자리를 떠나며 담당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왜 이런 검사를 받아야하는 지를 모르겠다고. 그 직원은 나와 똑 같은 이름을 가진 한국 사람이 범죄를 했는데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별 일 없이 끝났습니다. 궁금증은 풀렸지만 마음은 불편했습니다.


  세관(稅關)을 통과한 후 공항에서 나왔습니다. 무더워야할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함을 느꼈습니다. 이곳 LA도 요즘 이상(異常) 기온을 나타낸다는 이야기를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들을 통해 들었습니다. 이것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지난 3월 방문한 시드니에서도, 마닐라에서도, 호치민에서도, 프놈펜에서도, 라오스에서도 현지 선교사님들로부터 이상 기온 현상을 들은 바 있었기 때문에 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미리 예약한 렌트카(Rent a Car)를 빌려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처음 타보는 새로운 기종의 자동차는 운전하기에 생소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6년 여 만에 하는 운전은 저를 소극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남과 북, 방향감각을 잃어 조금은 헤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목적지인 코리아 타운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숙소 근처에 있는 한국 슈퍼마켓에서 원로목사님 장남 김신 목사님 내외와 LA에 거주하는 한 집사님을 만나 안내를 받았습니다. 밖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숙소로 오려고 했지만 숙소에 이미 점심을 준비했다는 말에 집사님의 진실된 사랑과 섬김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역시 선행(先行)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제게 때를 돕는 은혜를 준비해 놓고 계셨습니다.              


   저녁이 지나고 밤이 되었습니다. 낮에 졸음이 왔지만 참았습니다. 시차(時差)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낮에 잠자지 않고 밤에 잠을 자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날 밤 전 안동에서와 같은 현지(現地) 시간에 잠을 청했고 곧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몇 차례 깨기는 했지만 크게 잠을 설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안동에서 새벽기도회를 위해 일어나는 시간과 같은 현지 시간에 기상했습니다. 이것은 거의 시차를 극복했다는 의미입니다. 역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 만에 시차를 극복한 것은 보기 드문 경우입니다. 은혜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머무는 동안 제게 임할 하나님의 은혜가 기대가 됩니다. 안식년을 끝마치고 돌아가 제 2기 사역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제게 보여주실 비전도 은혜 가운데 임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교우 여러분에게 기도를 부탁합니다. 그래서 안식년 기간 동안 어떤 시간에,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은혜가 임할지를 보기 위해 전 눈을 열 것이고, 귀를 열어 듣고자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생존하는 날 동안에 제게 임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내 아들들에게 이 사실을 전할 것입니다. “오직 너는 스스로 삼가며 네 마음을 힘써 지키라 그리하여 네가 눈으로 본 그 일을 잊어버리지 말라 네가 생존하는 날 동안에 그 일들이 네 마음에서 떠나지 않도록 조심하라 너는 그 일들을 네 아들들과 손자들에게 알게 하라”(신 4:9).  



2011년 5월 9일

김승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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