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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3 12:32:04 조회 : 2774         
파도처럼 밀려오는 부끄러움 이름 : 김승학   
 

파도처럼 밀려오는 부끄러움


    어제 오후 6시, 2008년 상반기 동안 우리 교회에 새롭게 등록한 새 가족을 위한 환영의 밤이 있었습니다. 길게는 7개월에서 짧게는 몇 주에 걸쳐 우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새 가족들을 초청해서 그 동안 있었던 자신의 변화와 나름대로 적응하기 위해 애쓴 시간들을 서로 나누고 위로하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새 가족을 섬기는 교사들은 몇 주 전부터 이 시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초청 카드를 만들어 새 가족들에게 편지하고, 그것도 모자라 일일이 전화로 직접 연락하고, 또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또한 당일에는 다시 대상자에게 연락하여 모임 시간을 주지시키고 참석 여부를 확인까지 했습니다. 수차례 교사 회의를 거쳐 예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발전되고 색다른 아이디어를 모아 환영 장소인 친교실을 예쁘게 꾸몄습니다. 친교실 입구부터 잔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환영의 밤 당일 오전부터 교사들은 주방에서는 몸을 바쁘게 움직이며 사랑의 마음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였습니다. 모임 시간이 다가오자 호스트인 새 가족 교사들은 약간 긴장된 모습들이었습니다. 모임 시간 보다 훨씬 일찍 교회에 나온 교사들은 환한 얼굴로 교회 마당에 서서 새 가족들을 맞이했습니다. 모임을 준비한 많은 분들의 수고로 적지 않은 새 가족들이 참석하여 즐겁고 감동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08년 상반기 동안 4차례의 새 가족 안내과정이 있었는데 수료한 분들은 각 기(期)별로 열심히 준비한 찬양을 통해 하나님의 자녀로 변화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 뿐 아니라 우리 교회의 한 가족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용기 있게 간증한 2분의 변화된 삶은 참석한 많은 분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교회에 출석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간증은 오래 전부터 예수 믿은 기존 성도들에게 신선한 도전(挑戰)을 주었습니다. 무려 2시간 가까이에 걸쳐 계속된 환영의 밤은 새 가족 교사들과 주방에서 애를 쓴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수고로 주님의 은혜 가운데 마쳤습니다. 비지땀을 흘리고 최선을 다해 준비한 모든 분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나 새 가족 환영의 밤이 있던 바로 그 날, 전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낀 순간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저 혼자만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점심 때 주방에 가보니 잔치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주방에서 땀을 흘리며 수고하는 10여분들을 격려하고 나오다가 사무실 맞은 편 복도인 기도실 벽 쪽으로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중년 남녀를 보았습니다. 이들은 50대 남녀로 부부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다가서니 남편인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제게 물었습니다. “점심 식사는 1시부터 시작하나요?” 점심을 먹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의사를 표했던 것입니다. 낯이 익은 분들이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 분은 가끔 우리 교회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들어와 식사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이 분들은 우리 교회에 정식으로 등록한 교인이 아닙니다. 오늘도 지나가던 길에 잔치 분위기를 감지하고 식사 준비를 해놓은 친교실로 들어 온 것입니다. 사실 이 분들은 새 가족 환영의 밤의 초대 대상도 아닙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전 이 분이 점심 식사 시간을 물었을 때 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직 음식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 다행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더욱이 저녁 식사 시간에도 그들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당연히 저녁 시간 이들은 그 자리에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 때 제 마음 속에는 그들을 빨리 교회 밖으로 내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퉁명스럽게 반응했던 것 같습니다. “식사는 점심이 아니고 저녁에 합니다.” 제 표정이나 말투가 당연히 쌀쌀맞았을 것입니다. 교회에서 빨리 나가 달라는 뜻에서 말씀입니다. 당신들은 초청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이들의 예기치 않은 출현(出現)이 환영 만찬을 엉망으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저로 하여금 그렇게 반응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일년에 두차례 있는 귀한(?) 새 가족을 위한 잔치를 이들이 망칠수도 있다는 염려가 다른 생각을 막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전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100주년 기념관 공사현장을 보기 위해 2층 본당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갔습니다. 늘 그렇듯이 본당 동편에서 중단 없이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을 잠시 둘러보았습니다. 계단을 내려오기 전에 교회 마당을 둘러보는 데 이들 부부가 대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였습니다. 터벅터벅 걷는 모습이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앞에서 걷는 남편의 뒤를 따라 가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않되 보였습니다. 조금 지나 제 눈에서 이들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히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제 눈에서 완전히 사라진 부부의 뒷모습이 아른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제게 부끄러움이 찾아왔습니다. 제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파도가 빠른 속도로 제게 밀려오듯이 제 마음속에는 저를 완전히 덮고도 남을 만한 부끄러움이 몰려 왔습니다. 그들에게 퉁명스럽게 반응한 제가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쌀쌀맞게 대꾸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반응한 제 부끄러운 실체(實體)를 들여다보고는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좀 더 부드럽게 반응했어야 했는데. 좀 더 친절하게 대답했어야 했는데. 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교회를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저녁 식사 시간이라도 알려주었어야 했는데. 그래서 그들이 편한 마음으로 다시 성소(聖所)인 교회 마당을 밟고, 성물(聖物)인 교회 의자에 앉아 식탁에서 즐겁게 식사해야 하는 건데. 비록 교회에 정식으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우리 교회 성도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들 역시 우리가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할 대상이 틀림없는데. “원님 지나간 뒤에 부는 나팔 분다”고 속 좁은 제 모습을 보면서 제 한계(限界)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대상을 지금보다 넓혀야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합니다. 사랑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왜 그리 힘들고 어려운 지 모릅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내 주변 사람들만 챙기려는 속 좁은 마음이 주된 이유일 것입니다. 내게 부담이 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짐으로 생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차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다가서는 것이 주님께서 우리를 아가페 사랑으로 구원하신 이유요 목적임을 모르는 그리스도인은 아무도 없습니다. 속 좁은 모습으로 그들을 외면했던 그 날 오후의 부끄러운 기억을 지우개로 지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사랑의 수고들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 날 밤 전 주님께 회개하며 기도했습니다. “날마다 사랑의 대상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관심의 범위가 날마다 확장되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원합니다. 속 좁음을 용서하시고 제마음을 넓혀 주옵소서.”



2008년 8월 3일

김승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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