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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8 08:33:47 조회 : 748         
40년 10개월 이름 : 김승학   

40년 10개월

 

 

기독교 병원인 안동성소병원에서 일평생 봉직하다가 퇴임하는 한 간호사의 퇴임식(退任式)에 참석했습니다. 거창한 퇴임식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갖는 직원예배에 포함된 퇴임식이었습니다. 퇴임식이 직원 예배시간 중에 있었기 때문에 105년 병원 역사상 가장 오래 동안 근무하다 퇴임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퇴임식은 아주 간단하게 치러졌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퇴임식보다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꽃다운 나이인 20대초에 입사하여 무려 40년 10개월 동안 한 직장에서 평생 동안 근무하다가 퇴임하는 머리가 희끗한 60대 간호사의 얼굴에는 만감(萬感)이 교체하는 듯 했습니다. 그는 1973년 12월 1일 입사하여 2014년 9월 30일 퇴임하기 전 까지 때로는 평간호사로, 때로는 간호부장, 원부부장, 원무심사처장 등 요직을 맡아 헌신하면서 병원을 든든히 세워나가는데 일조했습니다. 그는 이날 행해진 퇴임식을 퇴임예배로 규정했습니다. 이것은 그의 신앙의 면모(面貌)를 잘 알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비록 퇴임의 변(辯)이 매우 짧았지만 그것은 퇴임사(退任辭)가 아니라 지난 41년 동안 체험한 신앙고백(信仰告白)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의 퇴임사를 통해 퇴직하는 심정을 밝히면서 지난 41년 가까이 동안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가정과 병원, 그리고 교회만을 위해 살았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떨리는 듯 했습니다. 사실 그는 평생 살아온 작은 시내에 있는 많은 골목길을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 역시 직장을 가진 맞벌이 부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들·딸은 모두 잘 성장해 둘 모두 결혼해 가정을 꾸려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의 초기 선교 방법은 의료와 교육이었습니다. 100녀 년 전 의료선교와 교육선교는 이 땅에 복음을 전하는 유용한 도구(道具)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의료와 교육은 오늘의 한국교회를 있게 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결혼을 하고 줄곧 학교에서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수년 전 교장선생님으로 퇴임한 그의 남편의 말은 퇴임하는 그에게 이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난 교육에, 당신은 의료 분야에서 일평생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가 있는 게 분명하다.” 퇴임하기 바로 전날 장로인 남편의 이 말은 상실감으로 허탈해하는 그를 위로하기 충분했습니다. 본인들이 수십 년 동안 교육과 의료분야 직장에서 근무하며 해왔던 일이 결국에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고, 자신들이 복음전파의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가만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정말 하나님의 은혜임이 분명한 것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부부가 의료와 교육 영역에서 이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에 동참할 수 있게 하셨는지를 생각하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가정, 교회, 그리고 병원에서 그의 삶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에 그가 지난 40년 10개월 동안 누구보다 병원을 사랑하며, 자신이 맡은 일감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한 사람으로 난 그를 평가합니다. 그는 한 직장에 뼈를 묻은 사람입니다. 강산(江山)이 무려 4번이나 변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왜 그가 다른 곳으로 갈 기회가 왜 없었을까? 아마 여러 차례 직장을 옮길 기회가 있었을 것입니다. 요즘 직원들은 다른 병원에서 조금만 급여가 많이 주면 이직(移職)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직원들은 한 직장에 오래 있지 않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평생직장이란 단어는 요즘 낯선 단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직이 잦은 이유는 현재 자신의 자리가 소명(召命)의 자리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소명의식(召命意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소명의식은 하나님이 현재 직장으로 부르셔서 하나님의 일감을 맡겨 주셨다는 의식입니다. 하나님이 보내셨고, 또한 하나님이 부르셨다는 분명한 의식은 현재의 자리를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기쁨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합니다. 또한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사명의 완수 정도에 따라 이직을 결정합니다. 그는 퇴임의 변에서 참석한 후배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비록 급여가 다른 병원에 비해 좀 적더라도 참고 인내하면서 최선을 다하면 하나님께서 다른 것으로 채워주신다고 하면서 하나님께서 세우신 병원에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특별히 그는 22년 전 병원이 문(門)을 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의 일을 회고했습니다. 그 때 병원은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있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병원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시내 교회의 성도들도 간절한 마음으로 병원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안동교회도 뜻 있는 성도들이 병원을 위한 기도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이니 그가 병원에 입사한 지 18년이 지난 때였고, 그의 나이는 4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는 병원에서 일하고 퇴근한 후 하루도 빠짐없이 그가 섬기는 안동교회에 와서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철거된 안동교회 교육관 1층에 위치한 작은 온돌방, 흔히 할머니 방이라고 불리던 작은 교실에서 마음을 같이 하는 성도들과 함께 40일 동안 철야기도를 했던 것을 회고할 때 그의 눈가에 고였던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퇴근한 후 피곤한 몸으로 새벽을 맞을 때 까지 기도한다는 것은 결코 병원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40일 동안 있었던 병원을 위한 기도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자신의 기도 뿐 아니라 온 직원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셔서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베풀어주셨기에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게 하셨음을 고백하며 무척이나 감격해 했습니다.


그의 퇴임사는 40년 10개월 동안 일했던 병원을 위해 퇴직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음을 너무도 잘 알 수 있게 했습니다. 무려 40년 동안 그는 어느 누구보다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감당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이 당연했겠지만 근무하면서 병원에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퇴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퇴임의 변을 토로하면서 그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적금을 부어왔음을 밝혔습니다. 그가 이 말을 할 때 약간은 수줍어했습니다. 그가 적금을 부어온 이유는 일평생 헌신한 병원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병원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그로 하여금 이렇게 준비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병원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두 가지 전제 위에서 병원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담은 물건으로 자신의 뜻을 표시하고자 했습니다. 첫째는 병원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이어야 했고, 둘째는 자신이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최종적으로 퇴임하는 그 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정성껏 준비해 병원에 기부했습니다.

 

그가 떨리는 음성으로 퇴임사를 시작하며 한 말의 키워드(Keyword)는 은혜, 행복, 보람이었습니다. “40년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보람이었습니다.” 한 직장에서 40년을 근무하다가 퇴임하는 것은 한 인간이 백수(白壽)를 넘어 120년을 사는 것과 동일할 수 있습니다. 40년은 너무도 엄청난 세월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퇴임의 변을 이어갔습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막상 오늘, 이 자리에 서니 감개무량합니다.” 감개무량(感慨無量)은 “마음에 깊이 사무치는 느낌이 그지없음”을 뜻합니다. 너무도 그의 심정을 잘 표현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는 우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일평생 믿음으로 살아온 신앙인이요, 한 교회의 권사인 그의 초성이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더욱이 그는 오랜 세월 동안 함께 동거동락(同居同樂)한 모든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든 직원들. 그러나 이들은 병원을 함께 세워온 사람들이었기에 역시 감사의 대상이 충분히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명성교회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병원이 공중분해 될 위기 속에서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맡아 선교의 마음으로 20여 년 동안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은 명성교회는 그에게 당연히 감사의 존재 이유가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20여 년 전 명성교회가 인수한 후 병원은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의료를 통해 지역을 복음화하기 위해 105년 전에 세워진 병원의 사명을 중단 없이 감당하기 위한 명성교회의 아낌없는 후원과 성도들의 기도는 병원을 더욱 든든히 세워 오늘을 맞이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사실을 회고하면서 병원이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을 때 퇴임하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특히 병원의 여러 환경이 좋을 때 퇴임하는 것은 큰 복(福)이라고 까지 말했습니다. 더욱이 그의 마지막 말은 병원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물씬 묻어나왔습니다. 비록 병원을 떠나지만 떠 난 이후 단 한 순간도 병원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남은 그의 생애 속에 병원을 늘 기도제목으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의료선교를 위해 태어난 안동성소병원이 105주년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2세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 병원이 하나님의 사랑과 서울 명성교회의 기도와 성원으로 지금보다 더 큰 영광과 기쁨을 하나님께 올려 드리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퇴임의 변을 마치자 특별한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부인과 어머니를 위해 가족들이 마련한 순서였습니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남매 부부 모두가 어머니의 퇴임식에 참석했습니다. 하나같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온 가족이 함께 모였습니다. 부인과 어머니의 퇴임식을 존중하며 귀하게 생각하며 정성을 다한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수고한 부인과 어머니의 헌신을 가족들이 높이 평가하게 하는 의미 있는 차림새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노래에는 일가견이 있었기에 찬송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는 아름다움과 함께 감동을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감동의 찬송을 마친 후 함께 근무한 직원들이 마음을 담아 줄줄이 기념품 전달했습니다. 앞으로 깨지기 어려운 병원의 전설(傳說), 레전드(legend)가 새롭게 출현했고, 직원들은 그에게 감사의 꽃다발과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이전 까지 이 병원에서 근속한 분은 원장으로 퇴임한 정복득 장로님이었습니다. 그는 38년 동안 병원을 위해 헌신했고, 이전 까지는 병원의 전설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40년 10개월, 병원 역사의 무려 40%에 육박하는 그의 근무 기간은 앞선 정복득 원장의 기록을 깨뜨렸던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전설을 넘어 새로운 전설이 된 것입니다. 더욱이 그의 시아버지인 이주헌 장로님도 이 병원에서 30년 정도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시부와 며느리가 병원에 근무한 연수를 합하면 70년 정도가 됩니다. 병원 역사의 70% 정도를 병원을 위해 헌신한 것입니다. 이들의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가 우리 교회 시무권사였기에 병원에서는 제게 퇴임예배 설교를 부탁했고,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하신 본문으로 말씀으로 전했습니다. "그러하나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요 16:7)."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곁을 떠나시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며 제자들은 근심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떠나가시고 나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보혜사 성령께서 오실 것을 이미 약속하셨습니다. 성령은 예수님께서 이루신 구원의 역사를 증거하고, 거듭나게 하시는 구속의 영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제자들 곁을 떠나 하나님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시는 일은 구원사역과 교회를 위해서 매우 유익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자들은 근심을 거두고 예수님의 떠나심을 기뻐해야 했습니다. 40년 10개월. 퇴임하는 그에게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다”는 말이 섭섭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후배들이 그의 빈자리를 물려받아야 하고, 그가 맡았던 일감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게 역사의 순리요, 역사가 발전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40년 10개월, 평생을 다 바친 정(情)든 직장. 그러나 105년 동안 하나님께서 만드시고 이끌어 오신 하나님의 병원을 떠나는 한 간호사의 퇴임식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축복의 자리였고, 눈물 날 만큼 감사의 시간이었으며,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은혜의 모임이었기에 쉽사리 잊혀 지지 않고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사님, 수고와 헌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6년 7월 26일

김승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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