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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4 13:46:33 조회 : 3110         
사모님의 검은색 볼펜, 빨간색 볼펜 이름 : 김승학   

 사모님의 검은색 볼펜, 빨간색 볼펜

   지금부터 15년쯤 되었을까? 교회를 사임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의 일입니다. 그 때 저희 교회 제 7대 담임 목사님으로 37년동안 헌신하신 고(故) 김광현 원로목사님의 사모님이신 최의숙 권사님의 필사(筆寫)하는 광경은 신비스럽게 느껴졌습니다. 80 되신 분이 어떻게 작은 책상에 앉아 하루의 1/3 정도되는 시간동안 성경을 옮겨 쓸 수 있을까? 난 사모님의 인내심에 경탄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한글로 쓰기 시작한 성경은 어느 덧 영어로 바뀌었습니다. 당신도 놀라셨는 지 사택으로 오다가 만난 사모님께서는 “김목사님, 영어로 성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좋은 구절은 암송도 해요” 말씀에 얼마나 큰 도전을 받았는 지 모릅니다. 6년여만에 안동으로 돌아온 전 사모님의 근황이 궁금했습니다. 계속해서 성경을 필사하고 계실까? 웬 걸, 6년여동안 한글, 영어, 일어로 무려 3번씩, 12번의 성경 필사를 완성하셨던 것입니다. 도서관에 보관된 사모님의 필사본을 보고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믿음의 대작(大作)임을 난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아흔을 목전에 둔 할머니가 지금까지 한글성경, 영어성경, 일본어성경을 3차례씩 필사한 것을. 처음으로 완성한 3개국어 필사본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목회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장남인 김서년 목사님께 전해졌습니다. 두 번째, 세번째의 3개국어 필사본은 차남인 김준년 집사님과 삼남인 김무년 목사님께 전달되었습니다. 이후 사모님은 필사를 중단하기로 마음을 먹으셨답니다. 이 사실을 안 전임(前任)자 되신 김기수 목사님께서 필사하신 한질(帙)을 교회 도서실에 보관하여 후대 신앙교육의 소중한 유산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사모님은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하나님 더 쓰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모님의 기도에 하나님의 응답은 “내가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로 다시 검은색 볼펜, 빨간색 볼펜을 집어 든 사모님은 세번째 3개국어 성경 필사를 마치게 됩니다. 이 필사본이 도서실에 옮겨졌고, 3년여 흘러 합하여 제본하게 되었습니다. 이 성경필사합본은 “꿀과 꿀송이 보다 더 단 하나님 말씀”(시 19:10)을 묵상과 기도로 필사하면서 10여년 동안의 황혼기를 보내신 사모님의 삶을 믿음의 후손들이 길이 기억하게 할 것으로 전 확신합니다.


   가끔 원로 목사님 사택을 방문하면 예외없이 작은 책상에 앉아 성경을 쓰시던 사모님의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작년 7월 원로목사님께서 하늘 나라로 가시기 전 성소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도 옆에서 목사님을 지키고 계셨던 사모님께서는 병실과 병원의 복도에서 의자에 앉아 성경을 필사하셨습니다. 전 사모님이 걸어오신 삶의 많은 부분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뿐입니다. 하지만 함께 교회 안에 살면서 만나 보고 대화하고 느낀 사모님은 분명 믿음의 거인(巨人)임을 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1992년 1월 안동에 내려와 교회를 섬기며 만난 사모님은 성경을 필사하시고 암송하시며 받은 은혜를 간증하시던 믿음의 대선배십니다. 사모님의 말씀 속에는 하나님에 대한 깊은 사랑이 녹아있습니다. 사모님의 간증에는 성경을 바탕으로 한 깊은 묵상과 기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 느낍니다. 사모님께서는 성경 필사를 하시는 동안 하나님과 대화를 하고 계심을. 성경을 필사하시면서 하나님의 음성과 이웃의 소리를 듣고 계심을 전 확실히 느낍니다. 


   전 잊지못할 것입니다. 사모님이 늘 앉아 성경을 필사하시던 조그만 책상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한국어 성경, 영어 성경, 일어 성경을. 그리고 검은색 볼펜, 빨간색 볼펜, 스탠드와 가족사진을. 사모님이 생각날 때 마다 교회와 성도들과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며 정성껏 성경을 필사하시던 자리, 그러나 지금은 비어있는 그 자리를 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사모님의 검은색 볼펜과 빨간색 볼펜은 모두가 기억할 걸작(傑作)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 교회 도서실은 자랑스러운 영적 보물을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2007년 6월 22일

   김승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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